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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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377회 작성일22-04-20 21:01본문
주의 앞에 수종병 든 한 사람이 있는지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율법교사들과 바리새인들에게 이르시되 안식일에 병 고쳐 주는 것이 합당하냐 아니하냐 그들이 잠잠하거늘 예수께서 그 사람을 데려다가 고쳐 보내시고 또 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 중에 누가 그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졌으면 안식일에라도 곧 끌어내지 않겠느냐 하시니 (눅 14:2-5)
그 귀한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졌다면 “안식일”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다. 예수님께 병든 사람을 고치고 안 고치고는 그런 의미였다.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왜? 사람은 귀하니까!
뇌 MRI를 다음 주 월요일로 잡았다. 교수님은 일단 MRI 결과를 보고 얘기하자고 하시며 약 잘 챙겨 먹으라고만 하셨다. 그제 실수로 아침 약을 안 먹고 외출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한 번 안 먹었다고 뇌전증이 바로 오다니! 그런데 침대 위에서 온 것과 잠에서 깨면서 괜찮아진 것이 감사했다. 지금 같은 과도기에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 아찔한 공포의 순간은 절대 또 겪고 싶지 않다.
계산으로 복잡한 사람들 속에서도 예수님은 수종병 든 사람을 데려다가 고쳐 보내시고 아들이나 소가 안식일에 우물에 빠지면 어떡할 거냐고 물으신다. 예수님은 돈과 시간이 얼마나 들고, 고쳐놓으면 어디에 써먹겠고 하는 식의 “계산”이 일절 없으신가 보다. 자기 아이가 우물에 빠지면 “안타깝다. 오늘이 안식일이네!”라며 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만큼 사랑하고, 그만큼 긍휼히 여기시는 마음을 드러내신 것이다. 말씀으로 분명하게 일러주셨다. “합당하냐 아니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과 관계”의 문제라는 것이다. 합당해서가 아니라, 아까워서가 아니라, 내 아들이고 내 소라서 앞뒤 안 재고 구한다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주님! 오전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지만, 기쁨이 다 말라버리지는 않았어요. 다만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은 있었어요. 그동안 성경을 여러 번 읽었지만,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곧 끌어내지 않겠느냐”는 오늘 주신 말씀이 이렇게 안심이 되는 말인지 몰랐네요. 주님 앞에 “병의 종류와 정도”가 문제일까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될 거라고 미리 선을 긋고 초조해하는 믿음 없는 태도와 쏟아부으시는 은혜의 광선을 굳이 차단하는 모습을 제 안에서 봅니다. 원래 자격 없는 자에게 주는 것이 “은혜”인데, 자꾸 “자격 없음”에 초점 맞추며 한숨이 나오기도 했어요. 주님! 사랑하는 주님! 절 사랑하시는 주님! 어그러진 건강과 불신의 우물에서 빠져나오도록 건져주세요. 신뢰하며 발걸음을 맡깁니다. (2022. 4. 20. 조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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