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페이지 정보
조회1,314회 작성일22-04-13 11:00본문
너희 중에 아버지 된 자로서 누가 아들이 생선을 달라 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며 알을 달라 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 (눅 11:11,12)
냉장고가 고장인가보다. 눈물을 흘리는 냉장고를 보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친구의 친구가 신혼 때부터 썼다는 냉장고는 수명이 다했다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긴 하다. 그런데 그 “타이밍”이 야속했다. 잔잔한 일상이 이어지던 시간도 길었는데 만사가 복잡한 지금, 왜 냉장고마저 말썽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냉장고를 손보는 남편을 도와 켜켜이 쌓인 먼지를 닦다가 큰 소리로 기도했다. 냉장고 주시라고! 그리고 오늘 본문 말씀에 무릎을 쳤다. 구하는 이에게 주시겠다는 약속처럼 들려서 “냉장고의 눈물”에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런데 생선, 달걀 등 단백질 가득한 먹거리로 시작하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뚱맞게도 “성령”으로 마무리된다.
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눅 11:13)
인도네시아에서 들은 한 선교사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신실한 현지인 청년을 보며 잘 가르쳐서 재단을 넘겨주려는 계획을 세우셨다고 하셨다. 하루는 고민에 찬 얼굴로 그 청년이 찾아왔다고 하셨다. 선교사님의 마음에는 이미 그 청년에 대한 구상이 세워져 있고 모든 것을 다 넘겨 주려는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그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은 “핸드폰”을 사달라는 것이었다! 자신은 모든 걸 다 물려주고 이미 마음으로는 동역자로서 생각하는데, 그는 여전히 받을 물질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며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셨다.
핸드폰이나 먹을 것은 육신적이고, 세상적인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당장 냉장고나 핸드폰이 없으면 멘붕에 빠질 것 같다. 예수님 당시에 핸드폰과 냉장고가 없었다고 해도 주님이 모르실 리가 없다. 문제는 그 차원에만 머물러 좁은 시야와 육신에 묶여 버둥거리는 나의 상태일 것이다. 생선을 달라고 하는데 뱀을 주는 것은 끔찍하지만, 그렇다고 성령을 주시는 것은 맥락에 맞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었다. 이왕이면 달라는 걸 주시지...
성령을 몰라서 그런 오해를 하는 것이 아닐까? 커다란 냉장고를 달라고 하는데 조그만 카드를 주면 서운한 일일까? 현금만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카드를 주면 기뻐하지도 않는다. 개념 자체가 없으면 그럴 수밖에 없다. 성령을 주신 아버지께서 우리의 모든 필요를 따라 기도에 응답하시고, 중보자가 되시고, 말씀을 생각나게 하신다. 날마다 인도하시고, 함께 하시며 보호하신다. 생선, 알, 냉장고, 핸드폰 따위와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어나더 레벨 (Another Level)”이다.
오늘 3시에 피부과에 가서 조직검사를 할 것이다. 대상포진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살포시 웃었다. 아버지가 좋은 것으로 준다는 말씀이 상대적으로 가볍고 쉬운 것을 허락하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암과 대상포진 중에 선택을 강요하는 분도 아닐 것이다. 그의 생각은 나의 좁디좁은 시야로 헤아릴 수 없을 것이며, 그의 판단은 측량할 수 없는 우주를 품고 있다. 신뢰할 뿐이다. 성령님을 보내주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동행할 뿐이다. 주님, 긍휼을 베푸시고 이끄소서! (2022. 4. 13. 조수현)
- 이전글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 계시니 Apr-14 [Thu] / 2022
- 다음글Love Story Apr-13 [Wed] /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