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쌤과 여우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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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545회 작성일23-09-20 20:50본문
곰쌤과 여우쌤
감마나이프로 뇌를 수술해주신 장 교수님은 듬직한 체구와 덤덤한 말투가 딱 곰을 연상시킨다. 같은 신경외과지만 정밀하고 어려운 뇌수술을 해주신 김 교수님은 정반대이다. 동물에 빗대서 죄송하지만, 영리하고 치밀한 여우와 딱 어울린다. 남편과 나는 “오늘은 곰쌤이야? 여우쌤이야?” 하며 둘이 참 다르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한 번에 가서 진료를 보면 간단하고 시간 절약도 될 것 같지만, 늘 내 스케줄에 맞출 수 없어서 대기시간이 하염없이 길다. 기다림에 짜증이 올라올 때면 내가 구급차의 승객이던 때를 생각한다. 기억은 없지만, 응급 수술 사실은 정말 감사하다. 성격과 전문분야가 다른 두 명의가 “좌청룡우백호”처럼 있으니 든든한 일이다.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밝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역시 여우쌤이 먼저 뇌 사진을 보여주며 종양이 커졌고, 또 커지면 “개입”을 할 거라고 하셨다. 개입의 뜻은 수술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여우쌤의 성격을 어느 정도 감지한 나는 아주 쫄지는 않았다. 긴장과 걱정이 해결하는 일은 거의 없다. 차라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쪽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기분 좋은 건 아니었다. 어느 정도는 고난에 내성이 생긴 것도 같지만, 그걸 감사하며 환영하지는 않는다. 곰쌤과 여우쌤이 든든하다고 해도 오늘 나의 “느낌”일 가능성이 크다. 내일이면 무효가 될 수 있는.
내 마음이 그것을 기억하고 내가 낙심이 되오나 이것을 내가 내 마음에 담아 두었더니 그것이 오히려 나의 소망이 되었사옴은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애 3:20-23)
아침마다 새로운 주님의 성실하심으로 오늘도 숨을 쉽니다. 오늘은 엔허투 21차를 맞고 신경외과 교수님들도 만났습니다. 두려움을 소망으로 바꾸시는 주의 능력과 인자하심을 의지합니다. 곰의 우직함과 용감함, 여우의 영리함과 치밀함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주님의 전능을 찬양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만 바라봅니다. (2023. 9. 20. 조수현)
감마나이프로 뇌를 수술해주신 장 교수님은 듬직한 체구와 덤덤한 말투가 딱 곰을 연상시킨다. 같은 신경외과지만 정밀하고 어려운 뇌수술을 해주신 김 교수님은 정반대이다. 동물에 빗대서 죄송하지만, 영리하고 치밀한 여우와 딱 어울린다. 남편과 나는 “오늘은 곰쌤이야? 여우쌤이야?” 하며 둘이 참 다르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한 번에 가서 진료를 보면 간단하고 시간 절약도 될 것 같지만, 늘 내 스케줄에 맞출 수 없어서 대기시간이 하염없이 길다. 기다림에 짜증이 올라올 때면 내가 구급차의 승객이던 때를 생각한다. 기억은 없지만, 응급 수술 사실은 정말 감사하다. 성격과 전문분야가 다른 두 명의가 “좌청룡우백호”처럼 있으니 든든한 일이다.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밝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역시 여우쌤이 먼저 뇌 사진을 보여주며 종양이 커졌고, 또 커지면 “개입”을 할 거라고 하셨다. 개입의 뜻은 수술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여우쌤의 성격을 어느 정도 감지한 나는 아주 쫄지는 않았다. 긴장과 걱정이 해결하는 일은 거의 없다. 차라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쪽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기분 좋은 건 아니었다. 어느 정도는 고난에 내성이 생긴 것도 같지만, 그걸 감사하며 환영하지는 않는다. 곰쌤과 여우쌤이 든든하다고 해도 오늘 나의 “느낌”일 가능성이 크다. 내일이면 무효가 될 수 있는.
내 마음이 그것을 기억하고 내가 낙심이 되오나 이것을 내가 내 마음에 담아 두었더니 그것이 오히려 나의 소망이 되었사옴은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애 3:20-23)
아침마다 새로운 주님의 성실하심으로 오늘도 숨을 쉽니다. 오늘은 엔허투 21차를 맞고 신경외과 교수님들도 만났습니다. 두려움을 소망으로 바꾸시는 주의 능력과 인자하심을 의지합니다. 곰의 우직함과 용감함, 여우의 영리함과 치밀함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주님의 전능을 찬양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만 바라봅니다. (2023. 9. 20. 조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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