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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관해 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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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041회 작성일13-06-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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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상담실로 경상남도 산골에 사는 한 학부모로부터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가 왔다. 요즘 아이들은 성에 대한 개념이 이전의 어른들과는 너무나 다른 것 같다면서 농사짓고 바쁘게 사느라 신경을 쓰지 못 했는데 아무리 바쁘더라도 아이들의 성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겠다면서 도움을 요청해온 것이다. 그 학부모는 전날 학부모 모임에 갔다가 아이들 사이에서 성관계가 횡행하고 있고 낙태를 경험한 아이들도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곧이어 받은 전화는 중학교 1학년쯤 되어보이는 아주 앳된 목소리의 여학생 -보통 이런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면 친구랑 싸웠다거나 집에서 부모님이 편애를 한다든지 등의 상담을 해오는 것이 보통이다 -이었다. 며칠전 낙태를 했는데 자꾸 배가 아프고 피가 나온다는 것이다. 부모님께는 얘기를 못해서 집에서는 아프다는 티를 낼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극단적인 예인 것 같지만 자녀들의 성문제에 있어서는 부모들이 뒷북을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쩌다 상담실에 청소년들이 도움을 요청해와 그 부모님들과 상담을 해보면 백이면 백 부모님들은 다른 집 아이들이 그런다 해도 우리 아이만은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의 젊은 부모들은 예전 세대의 부모들과는 달라서 자녀들에게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많이들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세대 역시 자라면서 성교육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성교육을 해야한다는 의무감만 있을 뿐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막상 구체적으로 아이 에게 성에 관해 얘기를 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 성교육은 어려서부터 부모가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고는 들었고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어느 날 아이가 성에 대하여 물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더군요. 웬만하면 그만 질문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마땅히 설명하기도 어렵고 또 어디까지 얘기를 해줘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성교육을 자연스럽게 하려고는 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 가요?” “솔직하게 얘기를 하라고 했는데 어디까지 얘기를 해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꼭 부모가 아이들에게 성교육까지 시켜야 하나요?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아닌가요?”
 
“부모님한테는 절대 안돼요”
 
성문제와 관련하여 상담해오는 아이들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는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모님한테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이런 아이도 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예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생리를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한 달에 두 번도 하고, 또 두 달 정도 걸렀다가 하기도 해요. 생리할 때 배가 너무 아프기도 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려 산부인과에 가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전 이런 거에 대해서는 엄마한테 얘기할 수가 없어요. 창피하잖 아요. 의료보험증을 갖고 병원에 가면 산부인과라고 찍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고,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무엇 때문에 가장 가까워야 할 부모-자식간에 이 정도의 얘기조차 할 수 없단 말인가? 왜 이렇게 성에 관한 얘기라면 힘들어 하는 것일까? 물론 모든 가정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 일상적인 대화를 얼마만큼 나눌 수 있는 분위기였느냐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에 관해서는 부모나 아이들이나 모두 말하기를 꺼린다. 우리 문화가 그렇듯이 자연스럽지 못한 요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무엇일까?
 
▶ 성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를 가르쳐야
위에서 제시된 요인들은 부모와 자녀간에 성에 대한 대화가 쉽지 않음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녀들에게 성교육, 성과 관련된 대화를 시도할 것인가? 우선 부모들이 앞에서 제시한 요인들을 충분히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나 스스로는 성에 대해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럴 까? 나는 우리 아이를 성적으로 성숙한 주체로 보고 있는가? 불안하다면 왜 그런가? 만약 우리 아이가 나에게 성적인 대화를 요청해 온다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하나하나의 가능한 질문들을 스스로 해보고 생각해 보자. 나의 생각은 무엇이고 그것이 진정 아이를 위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의 염려 때문에 나오는 얘기일까? 이렇게 혼자서라도 생각해보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은 부모들에게 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자녀들과 성에 대한 대화를 시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성에 관한 모든 부분을 아이들과 얘기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성에 관한 지식을 아이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아이를 붙잡고 잘 되지도 않는 설명을 붙여가며 성교육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미 아이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아이들이 부모님보다 많이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자녀 성교육에서 중요한 것은‘성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기보다 ‘성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를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은 한 시간 동안 자녀를 붙들고 설교를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 부모가 아이들과 얼마나 자주 성과 관련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왔고 또 부모들 스스로가 이에대해 솔직하고 개방적이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 일방적인 훈계가 아닌 열린 마음으로
최근 성폭력 문제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난처함을 겪은 부모님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아이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난감했다는 부모님, 성폭력 기사가 나오면 마음 편히 앉아서 아이랑 함께 텔레비전을 볼 수 없었다는 어머니…. 우선 이런 기회를 부모님들 스스로 거북해 하지 말고 아이들과 성에대해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우리주변에는 성과 관련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재가 무척이나 많다. 최근의 성폭력 사건과 10대 여중생의 출산, 또 학교에서의 성교육 실시 등….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얼마든지 대화의 소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그 동안 이런 종류의 얘기는 덮어두는것이 낫다고 생각했던 부모님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의무감에서 얘기를 꺼내면서 “봐라, 어린 나이에 저런 짓을 하면 안된다. 몸조심 해야 한다”는 등의 도덕적인 훈계로 시작해서 “너는 절대로 저러면 안된다”는 식의 일방적인 훈계로 끝내는 것은 성에 관해 대화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자녀에게 도덕적인 훈계를 주기 위함이라기보다 부모와 대화를 해봄으로써 자녀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또는 일상생활의 사소한 것들이라도 부모와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의 생각을 들어보고 자녀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보려는 부모님들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얘기를 하자. 그리고 함께 알아보자고, 또 자녀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차분하게 함께 검토해보자.
[이명화/ YMCA 성교육상담센터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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