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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들이고 선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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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954회 작성일13-06-2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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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생신날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나의머리 속에는 한가지 걱정이 떠나질 않고 맴돌았다. 도대체 무슨 선물을 해야 할지 알수가 없었던 것이다.
 
작년 생일에 사드린 자동 안마기는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벽장 한구석에서 먼지가 쌓여 가고 있고, 올 설날에는 큰 맘 먹고 값비싼 외제 스카프를 해 드렸다가 좋은 국산 놔두고 외제를 사왔다는 야단만 맞았다. 그러니 매번 어떤 선물을 해야할지 골치를 앓을수 밖에.
 
"아버지, 이번 어머니 선물로 뭐가 좋을까요?"
"글쎄다. 나도 아직..."
 
생각다 못 해 언제나 좋은 의논상대가 되어주셨던 아버지께 도움을 청했지만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으실 뿐이었다. 결국 끝까지 결정을 못하고 퇴근하는 길에 백화점에 들러 십만원짜리 상품권을 끊어서 집에 돌아왔다.
 
그날 저녁, 케이크에 불을 켜놓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았다. 어머니께서는 자꾸 나이 먹는게 뭐가 좋은 일이라고 이렇게 부산을 떠냐면서도 즐거운 표정으로 케이크의 불을 끄셨다. 그리고 마침내 긴장되는 선물 증정 순서.
 
"저..어머니 , 생신 축하드립니다."
 
내가 상품권이 들어있는 상자를 머뭇거리며 내밀자.
 
"아니 , 뭐하러 이런 걸 다 사왔니? 케이크 사왔으면 됐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하신 말씀이겠지만 나는 조금 머쓱해졌다.
 
"여보, 여기 내 선물도 받구려."
 
그 때 아버지께서 조용히 봉투 하나를 내미셨다.
 
"아버지도 구두 상품권을?"
 
그러나 나의예상은 어머니께서 봉투를 열어보신후 여지없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아니, 이게 뭐예요? 안마 티켓 열장, 설거지 티켓 열 장..."
"당신이 나한테 이걸 한 장 줄 때마다 , 여기에 써있는 걸 내가 당신에게 해주는 거야. 잘 봐. 뽀뽀 티켓도 있어."
 
순간, 어머니와 나의 입에선 동시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여보, 고마워요. 여태까지 제가 받아본 선물 중에 최고에요."
 
어머니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아버지의 선물을 소중히 가슴에 품으셨다. 언제나 말보다는 행동을 가르치셨던 아버지가 이번에는 나에게 진정한 마음의 선물이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
 
[김창훈/이아버지는 30년째 목수일을 하고 계신다./낮은울타리 6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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